쇼에이 Z-8 실착 테스트

SHOEI Z-8

더욱 날렵한 디자인에 높은 완성도로 업그레이드 된 쇼에이의 최신 스포츠 헬멧인 Z-8을 지난 두 달간 사용하며 직접 느낀점을 이야기 한다.



쇼에이가 새롭게 선보인 Z-8은 스포츠 풀페이스 헬멧으로 기존의 Z-7을 완벽히 대체하는 신형 모델이다. 한눈에 달라 보이는 점은 역시 디자인이다. 기존 Z-7의 형태를 따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둥그런 형태에서 라인들이 진해지고 볼륨감이 더해지며 좀더 날렵한 형태가 되었다. 특히 정류 효과를 더해주는 리어 디퓨저가 커지며 스포티한 느낌이 더욱 강조되었다. 단지 디자인이 아니라 에어로다이내믹을 고려해 헬멧이 떠오르는 리프트와 뒤로 당기는 드래그를 줄였다. 실제주행에서도 고속에서 헬멧의 떨림이나 저항으로 인한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측면에서 봤을 때 헬멧 하단이 위로 꺾여 올라간 사이드 컷 라인도 Z-7으로부터 이어지는 것인데 디자인적으로도 독특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헬멧을 작아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착용한 헬멧 사이즈는 XL로 Z-8의 4가지 쉘 사이즈 중 가장 큰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럽게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측면의 구조가 변경되며 클립형으로 부착되는 블루투스 헤드셋과 호환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쇼에이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클립을 고정할 수 있는 별도로 Universal Com Holder를 판매하고 있지만 가급적이면 본체를 직접 부착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존 Z-7의 가장 큰 장점은 가볍다는 것이었는데 신형 Z-8 역시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측 무게는 XL 기준 코마개(브레스가드)와 턱 밑의 친가드를 모두 장착한 상태에서도 1,500g가량으로 가벼운 편이며 무게의 밸런스가 좋아 실제로 느껴지는 무게는 더 가볍다. 헬멧은 쓸 때 Z-14에 비해 입구가 조금 좁은 느낌이지만 쓰고 나면 아주 편하다. 착용감과 정숙성은 X-14보다도 좋게 느껴진다. X-14은 XXL를 쓰고 있는데 Z-8은 XL 사이즈를 쓰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더 조이는 느낌이지만 장시간 썼을 때는 오히려 Z-8이 더 편하다. 개인적으로 특히 귀 둘레가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착용 시 쉴드를 닫으면 탁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문을 닫을 때와 비슷한 느낌의 차음성이 느껴진다. 쉴드를 닫으면 쉴드 베이스 자체가 뒤쪽으로 밀리며 쉴드의 밀착성을 높여 소음은 물론 빗물들이 새어 들어오는 것들도 막아준다. 귀에는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이어패드까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등 주행 소음을 잡기 위한 노력이 상당하다. 덕분에 전체적인 볼륨도 줄었지만 저음역대의 바람소리가 상당히 줄어들어 더욱 쾌적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고속에서 턱 아래 부분에서 와류가 치면서 생기는 소음이 상당히 적었다. 또한 쉴드를 여는 버튼이 쉴드 중앙으로 옮겨졌다.

이 방식은 쉴드 좌우에 일정한 압력이 가해져 헬멧 쉴드가 뒤틀리는 것을 막고 헬멧과 간섭을 일으키거나 기어가 상하는 일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좌측 돌기를 잡고 올리던 것이 이제 버릇이 되어 고치기 힘들다보니 자꾸만 버튼 위치를 실수하게 된다. 쉴드 안쪽에는 김서림을 방지하는 핀락이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좌우의 핀락 고정 핀 위치를 바깥쪽으로 옮겨 시야에 걸리지 않게 수정되며 더욱 깔끔한 시야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시야가 넓은 편인데다가 상단에도 핀락의 경계가 보이지 않도록 처리되어 위쪽으로 눈을 치켜떠야 하는 고속주행 시에도 깔끔한 시야를 제공한다. 또한 고품질의 쉴드는 핀락 장착 시에도 시야의 왜곡이 거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헬멧 착용 시 볼에 닿는 이너라이너의 느낌은 포근하면서도 살에 달라붙는 느낌이 없이 뽀송뽀송하다. 실제로 트랙 주행에서 땀을 많이 흘렸음에도 흡수와 건조가 빨라 불편함이 없었다. 전면에 4개로 늘어난 흡기구가 빠르게 공기를 공급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또한 전면 시야가 넓고 턱 부분에 걸리는 것이 적어 고개가 후방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기 때문에 뒤쪽을 돌아보기가 더 편해졌다. 이는 도로에서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된다.

X-14이 트랙에서 시속 300km/h를 넘나드는 슈퍼바이크를 위한 헬멧이라면 Z-8은 그보다 아래 영역에서 더 쾌적하게 쓸 수 있는 스포츠 헬멧이다. 헬멧의 넓은 시야와 풍절음이 작은 각도를 고려하면 역시 레이스레플리카보다는 F차나 스포츠 네이키드에 어울린다. 베솔트 그레이 컬러로 선택했는데 의외로 클래식이나 크루저 바이크와의 궁합도 좋았다. 사실 Z-8은 컬러 선택부터 몬스터를 탈 때 주로 쓰려고 생각했던 것인데 쓰다 보니 편안함과 안정성으로 어느샌가 거의 모든 바이크에 쓰고 있을 만큼 최애 헬멧이 되었다. 국내시장에서의 반응도 상당히 좋아서 현재 인기 컬러는 거의 품절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