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안전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은 어느 브랜드나 동일하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야마하는 전도, 즉 모터사이클이 넘어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2개의 앞바퀴를 적용한 LMW(Leaning Multi Wheel) 기술을 개발, 자사 제품에 본격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 LMW 기술의 특징은 모터사이클의 기본적인 조향 방식인 ‘차체의 기울어짐’을 3개의 바퀴로도 구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기존 삼륜(뒷바퀴 2개)이나 역삼륜(앞바퀴 2개) 방식은 대부분 차체가 기울어지지 않아 핸들의 조향을 통해서만 방향 전환이 가능했고, 일부 기울어지는 기능을 적용한 모델의 경우 구조를 적용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 동 배기량 대비 2~3배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판매됐다. 야마하 역시 앞바퀴가 2개로 늘어났으니 가격도 올라가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트리시티 125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의 가격은 399만 원으로, 당시 엔맥스와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가격 덕분에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배달 대행 종사자나 경비업체 등의 신속한 이동수단으로 널리 사랑받았다.
50년 넘는 LMW 기술의 역사
이러한 트라이크가 몇 년 만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라기엔 개발 역사가 상당하다. 야마하는 1977년 파솔(Passol)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3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바 있다. 이 때의 개발 개념 역시 2개의 기울어진 앞바퀴에 연결된 서스펜션과 조향시스템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으로, 현재 LMW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개발과정에서 얻게 된 기술 노하우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며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설듯 했지만, 내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50cc 모델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며 양산은 연기됐다.
30년이 지나고 2007년, 도쿄 모터쇼에서 야마하는 기묘한 콘셉트카를 전시했다. 마치 SF 영화에나 나올법한 4륜 모터사이클 콘셉트 모델인 ‘테저랙트(Tesseract)’가 주인공으로,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것도 인상적이지만, 커브를 돌아나가기 위해 차체가 기울어지는 독특한 구조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것이 현재의 LMW 기술이 적용된 차량과 가장 가까운 콘셉트 모델이었던 것. 이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최적의 차량 크기, 윤거(트랙) 등 LMW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조건을 테스트해 나갔다.
이러한 LMW 기술을 바탕으로 한 첫 번째 양산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특히 야마하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유럽을 겨냥한 제품이 필요했던 것. 만성 주차난에 시달리는 유럽 도시의 환경에 적합하면서도 기존 스쿠터나 모터사이클과는 다른 이동수단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여러 계획들이 만들어지고 폐기되길 반복하다 결국 앞바퀴 2개인 트라이크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 2007년 전후로 쌓여있던 LMW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모델인 트리시티 125가 출시, 시장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후 야마하는 스포츠 모터사이클인 나이켄, 트리시티 300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완성된 LMW 기술을 가감없이 선보였다.
LMW 기술의 핵심, 평행사변형
야마하의 LMW 기술의 핵심은 평행사변형 링크 구조에 있다. 앞 서스펜션 상단에 위치한 이 구조는 좌우 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루는 기존 모터사이클의 방식에서 좌우 서스펜션의 기능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동시에 섀시와 함께 동일한 각도로 기울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모터사이클이 똑바로 서있을 때는 직사각형의 형태를 띄지만, 좌나 우로 차체가 기울어지면 평행사변형의 형태를 취하며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게 한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서스펜션을 채택한 덕분에 두 앞바퀴 중 하나가 요철이나 장애물을 넘더라도 나머지 하나는 노면을 지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갈 수 있고,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이나 진동을 경감시켜주기 때문에 비포장도로나 유럽 구시가지 등에 남아있는 벽돌 포장 도로 등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한다. 또한 전도의 큰 원인 중 하나인 앞바퀴의 그립력 상실에 있어서도 좌우 2개의 바퀴가 지지하기 때문에 하나의 바퀴가 미끄러져도 나머지 하나가 그립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넘어질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예를 들어 젖은 맨홀 뚜껑이나 노면 전차의 선로, 도로 위 모래 등을 한쪽 바퀴가 밟더라도 나머지 바퀴가 안정적으로 그립력을 유지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또한 앞바퀴가 두 개로 늘어난 만큼 하나일 때보다 높은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첫 번째 LMW 트리시티의 업그레이드
2023년을 맞아 국내에도 새로운 트리시티 125가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트리시티는 안정성을 높이는 LMW 기술, 성능과 효율을 양립한 블루코어 엔진 2개가 주된 특징이었다면, 이번 신형은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이 대거 적용되며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일단 제품이 판매되기 위해 필수적인 유로 5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엔진이 적용됐다. 이와 동시에 엔맥스에도 적용하고 있던 ‘스타터 제너레이터 컨트롤 유닛’을 도입, 제너레이터와 스타트 모터를 일체화시켜 조용한 시동이 가능하고, 연비를 높이기 위해 공회전 시 시동을 차단하는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이 더해졌다. 또한 흡기 밸브의 직경을 확대해 효율을 높이고, 실린더 헤드의 냉각 라인을 최적화했다. 기존의 단조 피스톤이나 VVA(가변 밸브), 우수한 방열성의 DiASil 실린더, 출력 손실을 줄이는 오프셋 실린더 등 기존 모델에서의 특장점은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LMW의 핵심 구조인 평행사변형 방식의 원리는 신형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더욱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해 ‘LMW 액커맨 지오메트리’ 구조가 새로 채용됐다. 기존 모델은 조타축과 린(Lean)축이 동일선상에 위치해있었으나, 이번 신형에서는 두 축이 살짝 어긋나도록(오프셋) 해 패러렐로그램 링크와 타이로드가 평행을 유지하면서 두 앞바퀴의 궤도가 동심원을 그려 운전자가 원하는 주행 라인대로 달리도록 햇으며, 조종성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도록 했다.
이번 신형에선 프레임에도 변화가 이뤄져 기본 구조는 동일하지만 엔진 탑재 위치가 조금씩 변경되는 등의 변화를 통해 세로 강성이나 비틀림 강성을 강화하면서도 적당한 유연함을 확보하는 등 전반적인 밸런스 개선이 이뤄졌다. 또한 휠베이스를 기존 1,350mm에서 1,410mm로 늘려 새로 적용된 LMW 액커맨 지오메트리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했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핸들링과 우수한 직진 안정성, 노면의 요철에서도 우수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한 뒷 서스펜션도 휠베이스 연장에 맞춰 전체 길이를 늘리고 스프링 계수와 감쇠력의 최적화로 차분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트리시티에 탑재된 브레이크는 전후 연동 방식(UBS)으로, 앞 브레이크 작동시엔 분배장치를 통해 앞뒤 브레이크에 균형있는 제동력을 발생시키고, 앞뒤 브레이크를 모두 작동시키면 좌우 레버에 가해진 힘이 앞 브레이크에 합산되어 제동력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신형은 엔진과 프레임 변화에 맞춰 앞뒤 브레이크를 동시에 조작했을 때 뒷브레이크 쪽의 제동력 배분을 늘렸다.
최근 엔맥스에도 도입됐던 스마트폰 연계기능인 Y-커넥트가 이번 트리시티에도 탑재된다. 등록 방식은 기존 엔맥스와 동일하며, 연동 시 LCD 계기판 상단에 나타나는 알림 아이콘을 통해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 전화나 문자메시지 수신 여부, 사용자 지정 앱 알림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연동한 스마트폰을 통해선 배터리나 오일교환 주기 등의 차량 상태, 차량의 주차 위치, 일별/월별 차량 연비와 주행거리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순위, 엔진 회전수나 스로틀 개도각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정한 제 삼자에게 메일로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이 외에도 편의성을 상당히 높여주는 스마트키가 기본 사양으로 적용됐고, 풋보드는 발 공간의 길이를 20mm 늘리고 패널을 하단으로 더 깊이 파내 더욱 편한 자세를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승자를 위한 풋레스트는 플라스틱에서 금속으로 소재가 바뀌었고, 헤드라이트는 렌즈 안쪽 리플렉터 구조를 개선해 조사 범위를 넓혀 전방 시인성을 향상시켰다.
LMW 기술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움직임이 어색하고 둔할 것 같다’거나 ‘차가 너무 커서 좁은 곳은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는다. 기자 또한 처음에 그렇게 느꼈기에 그런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막상 타보면 선입견이 깨질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기존 두 바퀴 모터사이클처럼 자연스럽고 민첩한 움직임과 엇비슷한 전폭 수치, 그리고 훨씬 높은 그립력에서 오는 안정감은 트라이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다. 궁금하다면 시승을 통해 직접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3바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