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들, 사고 시 법적 책임 부담으로 인한 기술 적용 망설여
세계 곳곳 자율주행기술 적용 활성화 위한 법적 규제완화 검토
국내 자율주행트럭 기술 개발은 아직까지 기초 수준에 그쳐
서울 도심을 누비고 있는 심야 자율주행버스의 모습
자동차 업계에서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꼽히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년 전부터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여러 제조사들에서 레벨3~4에 준하는 자율주행 기술 데이터를 개발했으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관한 부담으로 인해 양산 중인 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을 망설이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들어 상용차(트럭, 버스) 운전자의 고령화와 인력난 경고가 이어지자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상용차 업계는 자율주행 레벨4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의 실도로 주행을 위한 각종 법적 규제들을 완화하는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자율주행 레벨4의 정식 운행이 예고됨에 따라 올해 안으로 자율주행 관련 하위 법령을 마련할 것을 예고,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향방은 어떻게 될지 알아봤다. 참고로 자율주행 레벨1은 운전자 보조, 레벨2는 부분 자동화, 레벨3는 조건부 자동화, 레벨4 운전자는 탑승하되 차량 스스로 주변 환경 모니터링하여 주행하는 단계, 레벨5는 완전 자동화로 구분된다.
미국·유럽 등 자율주행 인프라 확충과 제도 개선
미국은 우선적으로 자율주행기술 인프라 확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약 20%에 달하는 화물이 거쳐가며 화물 운송의 중심지로 꼽히는 미국 텍사스주는 올 연말까지 자율주행 인프라 확장을 위해 33.8km에 달하는 일부 구간에 자율주행트럭을 위한 ‘스마트 화물 통행로’를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구간에는 센서와 카메라 등 각종 기기들을 198m마다 설치해 도로 상황 데이터와 교통 흐름 및 사고, 날씨 정보 등을 수집하고, 개별 자율주행트럭과 교통 관제 당국에 실시간 공유하고 일반 차량들의 안전을 확보한다.
이와 더불어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도 자율주행 확산을 위해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기능이었던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자율주행처럼 주행할 수 있도록 운전자를 돕는 기능인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로 법령을 새롭게 규정하는 것을 논의했다.
해당 안에 따라 그간 고속도로에서만 주행 차로를 바꿀 수 있었던 자율주행 기능이 국도까지 적용 구간 범위가 확장되지만, 사고 발생 시 온전한 제조사의 책임이 아니라 운전자의 책임이라는 점을 밝히며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법령을 통해 기존보다 현실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새로운 법령은 이달 열리는 세계 차량 규제조화포럼에 제출되어, 내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한국, 내년 레벨4 자율주행버스 실도로 주행 준비
국내에서도 자율주행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세계 최초로 도심과 부도심을 연결하는 심야 자율주행버스 2대를 정기 운행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의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버스에는 취객 대응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특별안전요원(시험운전자 포함) 2명이 탑승했으며, 약 5개월간 총 8,300km를 사고, 고장 없이 달렸다. 이번 실증주행을 통해 자율주행버스의 안정성을 확인한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100대 이상의 자율주행버스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상용차를 실도로에 적용하여 운행될 수 있도록 법적 규제 또한 완화될 전망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 3월 중순 자율주행자동차법령 개정을 마쳤으며, 연내 자율주행차량 승인 기준 등 하위 법령이 마련돼 입법 예고될 예정이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버스와 트럭의 실제 운행은 하위법령 정비가 완료되는 오는 2025년 3월 20일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공공기관을 비롯한 화물운수사업자 및 여객운수사업자는 교통안전공단 인증과 안전성을 확인받은 자율주행 레벨4에 차량에 한하여 현재와 같이 일부 구간 주행이 아닌 전국 도로를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럭도 내년부터? “글쎄…10년 뒤에야 가능할까”
지난달 다양한 국토교통 분야의 기술력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2024 국토교통기술대전’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전시에서는 IT(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오는 2027년까지 융합형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 완성을 목표로 2021년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등 4개 부처가 공동 설립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부스에는 레벨4(완전 자율주행)를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전시돼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제한된 환경 속에서라도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자율주행버스와 달리, 모습을 찾기 힘든 자율주행트럭 기술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박현철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교통서비스융합팀 팀장은 “자율주행트럭은 지금 기술적으로 더 검토가 필요한 단계이다. 버스와 달리 다양한 적재물을 싣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AI가 축적돼야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일부 기초과제 수행에만 그쳤으며, 한 번 더 고도화하여 실증연구를 진행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팀장은 “사람이 트럭을 운전할 경우, 운전 감각을 통해 수하물이 넘어가지 않도록 속도를 줄여 원심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AI(인공지능)의 경우, 운행 중 무게 중심을 잃지 않도록 노하우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적재물의 무게와 물건을 앞에 적재했는지, 뒤에 적재했는지 부피는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무게 중심점이 달라지기에 다양한 학습이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는 군집주행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3 실현 단계도 가지 못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율주행 레벨4가 도로를 주행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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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기자 yoo.j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