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 이후 레이로 ‘울며 격자 먹기’
일본은 전기차로 넘어가며 스타트업 등장
실내 공간 확장돼 뛰어난 적재성 호평
지난 1991년부터 2021년 단종되기까지 30년 동안 자영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경상용차 ‘다마스’. 영세 상인의 생계형 자동차로 가격과 효율성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인기 차량이었다. 비록 엔진의 힘은 약했어도 공간성과 적재성에서는 지금의 경차로도 따라올 수 없는 우월함이 있었다.
일본 스즈키 ‘에브리 2세대’를 모델로 개발된 다마스는 배기량 1,000cc 미만인 796cc로 우리나라에서는 경상용차로 분류됐다. 당시 2인승 밴과 5인승, 7인승 모델이 있었지만 7인승은 일찌감치 퇴출됐고, 5인승 또한 2인승 밴의 판매량을 따라갈 수 없었다.
유독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애정을 받았던 ‘다마스’는 한국GM이 단종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국내에는 경상용차는 만날 수 없었고, 그나마 찾는다면 기아의 ‘레이’ 2인승 밴 정도였다. 국내에서는 다마스와 경형트럭 라보를 끝으로 맥(脈)이 끊긴 경상용차 시장과 달리 이웃나라 일본은 어떻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했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일본 경차는 ‘660cc’ 엔터테이너의 본능
일본의 경차 기준은 660cc 미만이다. 때문에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출시하는 경상용차는 대부분이 658cc 이하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00cc가 경차로 분류되고 경차라는 이미지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민성도 있지만 현대차·기아 외에는 차량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분 변경이든 풀 체인지든 어차피 선택의 폭은 똑같다는 것이다. 요즘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다마스를 그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는 혼다, 도요타, 닛산, 다이하츠, 스즈키, 미츠비시 등 전통적인 브랜드들과 최근에는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스타트업 브랜드들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불리고 있는 경형밴(경상용 차) 또한 배기량 660cc 미만의 차량들이다. 특징으로는 작은 공간임에도 많은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적재 용량을 우선하기 위해 내장재의 두께도 최소화했다. 짐을 많이 실고도 장시간 달릴 수 있도록 내구성도 좋아 말 그대로 경제적이고 실용성이 높다.
일본에서 자영업자들에게 경형밴이 인기가 높은 이유로는 자동차세와 한국에는 없는 자동차 중량세가 일반차량에 비해 저렴하고, 무엇보다 차고지 증명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덜 수 있다. 때문에 경형밴은 가정이나 기업, 소상공인 등 부담 없이 선택되고 있다. 여기에 좁은 도로와 주차문제에서 비교적 수월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배기량이 낮다고 크기도 작을까?
지난해까지 경형밴은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 생산)을 포함 9개 차종이며 2인승 밴을 기준으로 짐 실는 공간만 확인했을 때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길이 1,915mm, 폭 1,270mm, 높이 1,250mm 정도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차 기준은 전장 3.4m, 전폭 1.48m, 전고 2m 이하 규격을 규정하고 있다.
인기 차종인 혼다의 N-밴은 하이루프 사양으로 차량 전고가 1,945mm로 높다. 여기에 전 좌석 아래에 엔진을 배치하는 다른 경형밴과 달리 캐빈 전방에 엔진이 배치돼 길이는 약간 짧아도 공간이 넓고, 전고가 높아 활용성에 대한 평가가 좋다. 또한 동승석 도어가 센터 필러리스를 채택해 우리나라 레이처럼 완전 개방된다. 최근에는 전기차로 출시되면서 공간이 더욱 확장된 모습을 보였다.
요즘에는 일본에서 아웃도어의 인기로 차박용으로 경형밴이 유행하고 있다. 스즈키 ‘스페이시아’, 다이하츠 ‘아트레이’ 등 짐을 넣는 공간을 자유롭게 어레인지할 수 있는 맞춤형 구성이 가능한 차량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혼다(HONDA)에서 출시된 전기 경형밴 'N-밴'에 물건을 적재하는 모습.
일본 경형밴은 매력적인 경제성과 실용성
일본인들의 경형밴 사랑은 반드시 자영업자에게만 통용되지 않는다. N-밴 공식사이트에 게시된 이용자 리뷰 중 만족도를 보면 “쇼핑부터 차박, 캠프, 이사, 내부에 오토바이, 자전거 적재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최강”이라는 반응과 “안전사양이 충실하고 전면 윈도우가 넓어 시야가 넓다” 등의 호평을 얻고 있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와 전국경자동차협회는 올해 초 2023년 연간 차종별 판매대수 순위를 발표한 바 있다. 10위권에는 1위 혼다의 N-BOX와 같이 경차들이 대거 몰린 가운데 20위 권 안에는 경형밴이 7개 차종이나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다마스의 힘은 경제적이고 높은 실용성이 매력적이다. 과거의 다마스를 일본 경형밴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기본 모델이 일본 경형밴이었던 만큼 비교 대상으로 언급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재 국내에는 기아 레이와 현대 캐스퍼가 자영업자를 위한 밴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상용차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승용차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 다마스처럼 많은 짐을 실기도 어렵고, 실내 높이가 낮거나 길이가 짧아 다양한 분야 속 자영업자들의 갈증을 해갈하기는 어렵다. 결국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가 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레이는 차량의 부피를 늘렸음에도 경차 ‘모닝’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쩌면 기아의 PBV, 현대 ST1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가격적인 매력도가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상용차의 경우 자국 내에서 OEM방식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에서도 경상용차를 OEM으로 생산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용차는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전기차 스타트업이 가능한 다품종으로 접근한다면 일본 경상용차 시장과 차별화된 시장형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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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호 기자 cjh@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