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cks&parts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④
/ 트랙터 시장 10년
2014~2023년 국산 23~33%, 수입산 67~77%
유로6·안전운임제 등 제도상의 변곡점 불구
미미한 수준에서 국산·수입산 점유율 등락 거듭
현대차·타타대우 등 국산, 상품성 높여 시장 공략
그럼에도 수입산은 브랜드 파워·기술력으로 방어
국내 트랙터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줄곧 수입산 트랙터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 아래 있었다. 최근 들어 국산 트랙터의 약진으로 점유율 구도에 소폭 변화가 일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 브랜드의 영향력은 큰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국산 24.8%, 수입산 75.2%였던 시장 점유율은 10년 여가 지난 2023년 국산 28.9%, 수입산 71.1%로 변화했다. 국산이 수입산으로부터 4.1%p의 점유율을 빼앗았지만, 수입산이 국산에 비해 위에 있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다.
이 기간 중 2015년 ‘유로6(EURO6)’ 배기가스 규제기준 도입과 2020년 ‘안전운임제’ 시행이라는 두 차례의 굵직한 제도적인 변곡점도 있었지만, 국내 트랙터 시장은 박스권의 시장 점유율 내에서 국산과 수입산 간의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굳어진 수입산 트랙터의 독주 체제
사실상 2015년 전후를 기점으로 국내 트랙터 시장은 대형 덤프트럭과 마찬가지로 수입 브랜드의 독무대로 여겨졌다. 볼보트럭과 메르세데스-벤츠트럭, 만트럭과 스카니아, 그리고 이베코 등 수입 대형트럭 브랜드들은 국내에 앞선 배기가스 규제기준을 충족하는 뛰어난 엔진 성능과 제품 품질, 첨단 사양으로 무장해 장거리 위주의 트랙터 시장을 이끌었다.
반면 이 시기 국산 브랜드는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핵심 기술에서 유럽 브랜드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편의사양도 부족해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차별화된 마케팅 기법으로 유럽산을 구입한 트럭 고객의 입소문이 점차 고착화되며 ‘트랙터는 유럽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결국 가성비 좋은 국산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고전했다.
유로6 신제품 앞세운 수입산의 굳히기
수입산 트랙터 선호도 현상은 2015년 9월 국내에 정식 발효된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기준 ‘유로6’ 도입 기점으로 더욱 굳건해졌다. 수입산 브랜드들은 이미 2014년 유럽에 발효된 유로6를 충족하는 신 모델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국내에 유로6가 발효되기도 전에 앞 다퉈 국내로 투입했다. 새로운 모델들은 친환경 고효율 엔진, 향상된 차체 강성, 기본 적용된 첨단 안전사양 등으로 무장해 상품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 2016년 수입산 트랙터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수입산 트랙터 판매대수(신차 신규등록 기준)는 총 1,926대로, 전년도 1,632대 대비 18.0% 늘었다. 당시 유럽산 브랜드들은 물량 부족 사태까지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운임제 시행에 시장 수요 재폭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유로6 기준 도입으로 신차 효과를 본 트랙터 시장은 2018년과 2019년 들어 조정 국면을 맞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직전 연도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1월, 안전운임제 시행은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화물차주들의 최저운임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적정 운임을 보장해줌으로써 그간 억눌려 있던 신차 수요를 폭발시켰다.
2020년 트랙터 판매량은 2,147대로 2019년 1,933대 대비 11.1% 급증했다. 이어 2021년에는 2,621대로 전년 대비 22.1%나 늘었고, 2022년에도 2,699대를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이 시기는 안전운임제 효과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물동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컨테이너 운송 비중이 높아진 것도 트랙터와 트레일러 시장 호황에 일조했다.
가성비, 공급망 앞세운 국산 존재감 확대
하지만 호황도 잠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대란 속에서 수입 트랙터 브랜드들은 안전운임제로 인한 시장 수요에 걸맞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증가하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틈타 국산 브랜드들은 물량 공세에 힘쓰는 한편, 그간 개선해 온 상품성과 가성비를 앞세워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펼쳤다. 특히 국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는 엑시언트 프로를, 타타대우상용차는 기존 프리마와 신형 맥쎈 등을 통해 디자인과 성능, 편의사양 등에서 수입 트럭에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추며 운송 업계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2022년 국산 브랜드들은 판매량 확대와 함께 시장 점유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거뒀다. 총 89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6.6%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물론, 수입차 대비 점유율에서도 33.2%를 차지하며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전년도 점유율 27.0%와 비교하면 6.2%p나 상승한 수치다.
트랙터 시장의 미래, 치열한 각축전 예고
최근 10년 사이 유로6 배기가스 규제기준 적용과 안전운임제 시행이라는 두 차례의 큰 변곡점을 거치며 트랙터 시장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수입산 브랜드는 브랜드 파워와 첨단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국산 브랜드 역시 가성비를 앞세우고 기술 진보를 이루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양 진영의 격차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10년 전만 해도 수입산 75% 대 국산 25% 안팎이던 점유율 차이는 이제 수입산 71% 대 국산 29%대로 좁혀졌다. 올해 안전운임제의 후속 조치인 ‘표준운임제’가 확정되면 2022년 당시처럼 국산 점유율이 30%대 이상을 다시 한번 차지할 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앞으로 제품력과 품질,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브랜드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트랙터 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권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상세한 통계와 그래프는 트럭스앤파츠 50호(2024. 하반기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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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